
회의는 금방 끝났다. 끊임없이 웅성이는 기사단 측도 문제이지만 크루세이더와 피스메이커가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짧은 회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나였다. 대화를 주고받는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들고 있던 찻잔을 놓칠 뻔했다.
자꾸만 꽁꽁 여민 그의 상의로 눈길이 갔다. 벌써 삼 일째다. 그날 이후로 꿈에 나타나는 건 물론이고, 불쑥 올라오는 궁금증에 목숨이 위태로울 뻔하기까지 했다. 그간 지내왔던 수많은 훈련의 시간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다.
리온은 급한 일이 있다며 시장으로 나갔고, 나인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피스메이커 회의장으로 향했다. 베논은 회의도 참여했으니, 이제 도망가 볼까~ 라고 당당히 말하며 앞서 걸어가는 아우릭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삐죽 올라온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비에 홀딱 젖어도 꼿꼿했다. 풀린 옷 아래로 봤던 흉터도 착각이 아닐 것이다.
마르는 입술을 핥았다. 은근히 풀어내려고 하기도 했고, 풀어보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이렇게 참을성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
“아우릭.”
“으응?”
그는 걸음을 멈췄고, 이윽고 뒤를 돌아보았다. 차마 마주보기 어려워 괜히 눈동자를 크게 굴렸다. 몹쓸 것을 물어보는 걸까. 정말 숨기고 싶어 하는 일인데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입안에 고여있던 침이 꿀꺽 넘어갔다.
“혹시, 이전에, 크게 다친 적이 있나? 아니면 힘이.. 폭주했다던가.”
“....”
“얼마 전에, 네 목에 있는 흉터.. 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