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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은 없었다. 거부를 당했다는 것에 서운함도 없었다. 그날부터 이어지는 호기심에 살이 더해갈 뿐이었다. 감추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고, 들어오라는 답을 했다. 문이 열리고 크루세이더 단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단장 혼자 있을 줄 알았는데,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단장을 발견하고는 많이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렇게 멍하니 있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용건을 전했다. 대별지기가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는 이야기였다.

 베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서 있는 아우릭의 손목을 잡았다.

 

 “도망갈 생각은 말도록.”

 “그렇게 말하면 내가 꼭 도망가려고 하던 사람 같잖아~”

 “아닌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입술을 삐죽거리던 그는 얌전히 뒤를 따라왔다.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 봐 자주 뒤를 돌아보았고, 그럴 때마다 연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불안하면 손이라도 잡아보라는 식으로 팔을 내밀었지만 그걸 무시하는 건 나였다. 여기는 눈이 너무 많다.

 

 대별지기 집무실 앞. 먼저 도착한 리온은 아우릭을 보며 놀랐고, 안에 손님이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며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나인은 생긋 웃었다. 늘 저런 표정이긴 하지만, 저건 기분이 나쁠 때 보이는 미소 같다.

 

 “와아, 단장님이 부단장님을 많이 아끼시나 봐요. 반창고에 하트도 그려주시고.”

 “부러워~? 부러우면 대장님한테 해달라고 하는 게 어때? 설마 내가 해주길 바라는 거야?”

 “아뇨. 그럴 리가요. 그 사랑 부단장님께 많이 드리세요.”

 

 아, 까먹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보다 빠르게 손등을 감싸 쥐는 그. 떼어내지 말라는 소리 없는 명령에 한숨을 쉬었다.

 문은 금방 열렸다. 지긋한 별지기가 나오며 인사를 꾸벅 했고,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궁금해서 참을 수 없으니 용서하라는 눈길로 제 볼에 붙은 반창고를 힐끔거렸다. 민망함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던 대별지기는 푸른 눈동자의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눈을 크게 떴다.

 

 “..아우릭?”

 “안녕, 퍼디~ 마침 집무실에 있다가 잡혀왔지 뭐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먼저 들어선 그는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산 과자가 금방 눅눅해져서 버렸다거나, 저번에 산 보석은 볼 땐 예뻤는데 사고 나니 별로라거나, 최근에 좋아진 반찬이라던가, 대부분 쓸데없고 별거 아닌 이야기.

 제게 하는 말이 아님에도 하나씩 새겨들으며 대별지기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하고 인공적인 바람에 벽을 따라 늘어선 푸른 화초들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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