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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 문장을 또박또박 말하기도 어려웠다. 웃기는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하트가 그려진 반창고를 붙이고,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복도에서, 직장에서, 그것도 업무 시간에, 일 년 가까이 사귄 연인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다니. 부끄러운 짓이다.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날처럼, 어제 입을 맞추다 멈췄을 때처럼, 방금 전 크루세이더 집무실에서 보였던 것처럼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을까.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기가 힘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여름이 되면서 길어진 해는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갑자기 복도 창문에 매미가 철썩 붙는다. 엄지를 두 개 붙여놓은 정도의 크기라 날갯짓을 할 때마다 푸드덕거리며 참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놀라서 쿵쿵 뛰는 심장과 크게 뜨인 눈.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리를 잡더니 크게 울기 시작했다. 문이 닫혀 있음에도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인상을 구기며 창가로 다가가 유리를 톡톡 쳤다. 날아왔을 때만큼 커다란 날갯짓으로 멀리 날아갔다.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은 무시한 채 하늘 높이.

 

 “그게 궁금했어?”

 

 아하하, 가벼운 웃음 뒤로 귀엽기도 하지, 라고 덧붙는 말은 무시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 평소처럼 화사하게 핀 표정에 은근한 안도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렇게 궁금하면 확인해보지 그랬어. 기회는 많았는데.”

 “....”

 “어제는 놓쳤지만, 그렇게 말하면 오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네? 집무실에 에어컨 틀어놨으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지?”

 

 도망 못 가게 붙잡아 두려는 거 아니냐며 능청을 떠는 목소리가 한껏 올라가 있다.

 쌓인 서류가 고스란히 집으로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직장이고 아무도 퇴근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이성이 끼어들었지만, 어금니로 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씹었다. 다가온 기회를 제 손으로 쳐낼 수는 없다.

 

 한산한 복도 끝, 닫힌 집무실의 문고리를 돌려 밀었다. 시원한 바람이 화끈해진 얼굴 위로 끼쳤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는 팔. 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그날 연인은 왜 신전 뒤뜰에 서 있었을까. 능력은 왜 사용했지? 그날부터 꾸준하게 얼굴을 비춘 이유는?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부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슬쩍 옆을 보았다. 그는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마치 며칠 동안 울어서 기어코 원하는 걸 얻어낸 철부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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