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채애앵!

 

말하기 무섭게 검이 날아왔다. 한 끗 차이로 겨우 공격을 막은 아우릭은 한쪽 팔로는 버틸 수 없는 지 부들 거리는 왼팔로 힘껏 검을 밀어냈다.

 

“큭..!”

 

밀어냄과 동시에 곧바로 연계공격이 들어왔다. 무어라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고, 물어볼 것도 많고, 추궁할 것도 많은데 그런 아우릭의 마음을 아는 지 그는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서책과 시만 보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왕가 호위무사도 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한 아우릭은 이내 피식 웃었다.

 

-챙! 채엥!

 

허리와 목에 주저없이 들어오는 검이 씁쓸하면서도 검을 다룬다는 사소한 것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지금 이 상황과 전혀 안 맞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대체..왜..그런 것입니까..”

 

“너는 한번도 내 출신에 대해 묻지 않았지.”

 

왼쪽 어깨를 향해 검이 들어왔다. 발을 놀려 겨우 피했으나 스쳤다. 왼팔엔 거의 감각이 사라졌다. 어금니를 아득 깨물었다. 끝내려면 한방 밖에는 없었다.

 

“나는, 너의 가문에 의해 숙청당한 멸가의 마지막 자손이다.”

 

“….하.”

 

그래. 처음부터 계획한 거였나 보지.

원래라면 망령 마냥 있다 쥐도 새도 모르게 태워 먹을 작정 이었을 것이다. 허나 나의 눈에 들면서 모든 일이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망령보단, 가문의 대를 이을 자와 친한 형님 노릇이 더 정보를 얻기 쉬울 테니.

 

“..비키거라.”

 

“형님이라면 비키시겠습니까?”

 

어릴 때 세뇌가 참 무섭다. 태워버리겠단 말에 아우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마음이 다 잡아졌다. 자신은 이 가문의 대를 이을 사람이다. 아무리 가문에 치가 떨린다고는 하나 복수라는 같잖은 감정에 휘말려 제 몸마저 불살라 버리겠다는 배반자를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차갑게 식은 황안(黃眼)이 결단을 굳혔다

.

“저부터 죽이셔야 가실 수 있습니다.”

 

“….”

 

“이제 와 죽이기를 주저하십니까. 그리 죽일 듯 달려오시더니.”

 

그럼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아우릭이 힘껏 발을 박차고 공격을 가했다. 전보다 더 묵직하고 날카로운 공격 끝은 상대의 목숨이 끊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황안(黃眼)이 번뜩였다. 일순, 상대가 미소 지었다.

땡그랑, 하고 검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활짝 펼친 팔에 무방비 하게 검이 대각선으로 몸을 베었다.

눈 앞에서 붉은 나비 떼가 솟아올랐다.

 

*

진상을 아는 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포하라 명 받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 가주는 흡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부터 계획된 일이었다.

가주가 이런 짓을 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후계자가 완벽한 가주로서 통솔할 수 있는, 한 줌 남은 감정마저 저버릴 수 있는 지를 판단하기 위함 이었다.

아우릭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안 이후로 오랫동안 짜 온 계획이었다.

‘그’ 에게는 협박을 했다.

네가 그리하지 않으면,

역할은 바뀔 것이라고.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니 절대 예상 밖의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 예상은 맞아 떨어졌고, 참극은 이뤄졌으며 새 가주의 적임자를 확신하게 해 주었다.

진실을 알게 되는 즉시 아우릭은 검을 뽑았다. 베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가주는 웃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 뒤로 ‘그’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 듯 했다.

 

-너는 가문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저주와도 같은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Copyright(c)2019 by STELLAVIS ORIENTAL COLLABORATION.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 스텔라비스 공식카페
  • 한텔라비스
  • 일텔라비스
  • 스텔라비스 다운하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