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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되었다.

백설(白雪)이 소복히 쌓여 있는 마당에 동백이 피었다.

마당 중앙에 뜬금없이 꽂혀 있는 검에도 눈꽃이 피었다.

청색과 은색을 적당히 섞은 자수가 수 놓여 있는 옷이 눈 위를 사르르 지나갔다.

검과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던 새로운 월하의 가문의 가주는, 시선을 서서히 꽂혀 있는 검에게로 향했다.

늘 그렇듯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쌓인 눈을 툭툭. 털어 주고는 다시 처소로 돌아갔다.

눈 위에 돌아오는 걸음과 가는 걸음이 나란히 새겨졌다.

한 번 뒤돌아 그 발자국을 바라보던 그는, 애상에 젖은 듯한 표정을 이내 지우고 처소를 들어섰다.

 

진실을 아나,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애달프나,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감정을 표출하였기에 잃었음을 알았기에.

붉어지는 눈에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애이불상(哀而不傷)하기 위해.

 

 

애이불상(哀而不傷)

: 슬프나 겉으로 슬퍼하지 않음.

Copyright(c)2019 by STELLAVIS ORIENTAL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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