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ientalism
Collaboration
"뭐? 푸하핫!"
단호히 돌아오는 답에 아우릭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껏 이토록 한치도 예상할 수 없던 이가 제 삶에 있었던가. 볼수록 참으로 탐이 나는 이였다. 어느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 머리통에서는 무슨 생각 끝에 감히 겁도 없이 이러한 답들을 내놓는 건지. 아우릭은 눈꼬리에 맺히지도 않은 눈물을 닦아내는 시늉을 하며 제 앞의 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진짜 재밌다, 너. 세상에 재밌는 게 많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까지 본 재밌는 것 중에 네가 제일인 거 같아. 그래서 그대가 생각하는 별이 이 나라에 없다면 그대는 이제 어찌할 건데?"
"현재로는 없습니다만 감히 별이 되실 수 있으리라 예측 가는 분은 있습니다."
"그래? 그게 누군데?"
되묻는 말에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아우릭과 눈을 맞춰왔다.
흐음... 제 생각을 상대에게 확실히 전달하고자 할 때는 시선을 맞추려는 습관이 있구나, 너.
아우릭은 기꺼이 그 눈을 마주해주며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이 무해한 척 웃어 보였다.
"... 그건 바로 저하십니다."
"나? 나 말이야? 아까까진 떠오르는 달은 택하지 않는다더니 정상의 자리에 어울리는 별이 나라고 생각한다고?"
"그야 저하께서는 세간에서 말하는 떠오르는 달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세자인 내가 세간에서 말하는 떠오르는 달이 아니라... 그렇다면 너는 나의 무엇을 보고 별이 될 수 있는 이라 칭하는 거지.
"내가 이 나라의 세자인데 달이 아니라 별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이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무례를 무릅쓰고 감히 아뢴다면 세간에서 저하는 세자임에도 세자의 자격이 없는, 그래서 차기 왕이 되신다면 허수아비 왕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우려를 받고 있지요."
"음, 다들 내가 왕이 될 재목은 아니라 우려하고 있단 거구나~"
"예. 그러니 세간에서 말하는 떠오르는 달은 아니옵고 오히려 별에 가까우시지요. 사실 저하께서는 소문이 사실인 척할 뿐이시지 그 뒤에서 모든 상황을 재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말에 일순간 아우릭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내가, 모든 상황을 재보고 있다? 대체 무얼 보고 그리 생각했지."
"애초에 서자이심에도 세자가 될 수 있으셨던 건 그동안 의도하고 쌓아놓으신 이미지 덕분으로 보이는데, 영민하신 저하께서 그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셨을 리는 없어 보이니까요."
언뜻 살기가 느껴지는 그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돌아오는 답에 아우릭은 실소를 흘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대체 넌 뭐지? 그동안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나를 허울만 좋은 망나니로 여기던데. 어떻게 넌 그걸 알아챈 거지. 이러면 더더욱 널 부왕에게 내어줄 수 없겠는데?
"그래서 저는 감히 저하를 별이 되어 정상에 오르실 분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그 정상에 오르시며 쳐내야 할 이들은 전부 쳐내시겠죠."
"......"
"저는 그 과정에서 저하께서 군주의 미덕을 갖추시어 백성들을 고루 살피는, 백성들에게만큼은 자비로우신 왕이 되시길 바랄 뿐입니다."
언제 싸한 얼굴을 했었냐는 듯 아우릭은 생글생글 웃으며 제 앞에 있는 이에게로 다시 상체를 가까이했다.
"그대는 다른 이들이 쉬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나 보네. 근데 그래서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그대 하나뿐이야?"
"저 역시 우연히 눈치챘을 뿐입니다. 이를 다른 이에게 말한 적도 없지만, 말했다 할지라도 워낙 저하께서 촘촘히 가면을 만들어 쓰고 계신 탓에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 그대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자, 그럼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텐데 그대는 이름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