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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게 웃어넘기며 이름을 물어오는 아우릭에 지금껏 어떤 질문에도 답하던 입술이 꾹 다물렸다. 이에 여전히 웃음을 걸친 채, 아우릭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다시 한 번 답을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지만 여전히 그 입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이름은 말하기가 곤란해? 내가 그대 뒷조사라도 할까 봐?"

"... 그런 건 아닙니다만 송구하게도 저하께 이름을 말씀드리면 상황이 곤란해져서 말입니다."

 

곤란하다라. 남장한 상태라 이름을 말하면 들킬까 걱정되어 그런건가. 아, 아님 부왕이랑 이름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이라도 했나 보지? 어차피 네 이름쯤은 내가 알아내려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으니 됐어.

 

"그대가 곤란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그대를 뭐라 부르면 좋을까. 스승님?"

"제가 어찌 감히 저하께 스승님 소리를 듣겠습니까."

"흐음. 내 스승으로 왔으니 스승님이라 불려도 이상하진 않지. 근데 그대가 싫다면... 별지기? 그래, 별지기 어때? 별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키는 별지기."

 

잠시 고민하는 듯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우릭은 그저 그 입에서 나올 답을 기다렸다. 내가 널 '별지기'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는 순간부터 너는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

 

"... 좋습니다. 저하께서 편하신 대로 불러주십시오."

"좋아, 별지기. 계속 그대로 서서 나랑 대화하느라 고생했어~ 그러니 이제 그만 나가보도록 해. 아바마마께는 내가 자-알 말씀드릴 테니 말이야."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이며 축객령을 내리는 아우릭의 모습에 별지기는 어쩐지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그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별지기가 등을 돌려 문을 나설 때까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던 아우릭은 문이 닫히자마자 얼굴을 굳히며 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별지기. 어쩌면 넌 오늘 내 눈에 띄게 된 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네가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그땐 이미 늦었을 테지만 말이야. 널 이용하려 드는 나를 부디 잘 견뎌내보라고, 별지기.

 

어느 순간 주황빛을 띈 아우릭의 눈은 그 후로도 한참을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별지기의 잔상을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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