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인리온
태랑
“날이 많이 덥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조리대 위에 장을 봐온 짐 꾸러미들을 내려놓은 나인과 리온이 이마를 훔쳤다.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해 두 사람은 마주보더니 엇, 잠시 멈칫하고는 금방 푸하하 웃었다.
토요일. 무척 더운 날씨였다. 더위에 못 이겨 잠에서 깨어난 나인은 일찍이 리온의 숙소를 찾았다. 리온은 막 깨어나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잠에서 온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대장님.”
인사를 꾸벅하고서 나인은 물을 한 잔 따라 리온에게 주었다. 리온이 물을 한 잔 마시는 동안 약을 한 알 꺼내어 드렸고, 리온은 그것을 잘 받아먹었다.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물과 약을 잘 흘려보낸 뒤 리온이 나인보다 먼저 입술을 떼었다. 이제 완전히 잠에서 헤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아침 일찍 무슨 일이냐, 나인?”
나인은 어제 밤늦게까지 리온의 방에 함께 있었다. 자정 즈음 리온의 방에서 옷을 챙겨 입고 나왔으니 제 방에서 다시 씻고 잠들기 까진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조금 더 늦잠을 자도 됐을 텐데. 리온은 나인이 질 좋은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대장님. 저랑 장에 가실래요?”
나인은 기분 좋게 웃으며 리온을 두드렸다. 데이트를 청한 나인에게 거절 할 이유가 없는 리온이 금방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에 갔던 두 사람은 여러 가지 과일과 팥, 우유를 사서 돌아왔다. 팥과 우유는 무척 귀해서 꽤 큰 금액을 지출해야 했는데, 나인이 돈을 쓰는데 스스럼없었던 것은 오랜만이었다.
“돈이 꽤 남은 거냐?”
“네. 그동안 조인 게 힘을 발휘 했어요.”
이렇게 쓰고도 한두 번은 피스메이커 대원들 모두에게 고기를 신나게 먹일 금액이 남아 있었다. 적절한 때에 사용하기 위해 잔고를 재워두고 있지만 말이다. 대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줄 생각 때문인지 신이 난 나인의 얼굴을 보면서 리온도 조용히 웃었다.
“그래서, 이제 난 뭘 하면 되는 거지?”
앞치마를 둘러매고 있던 나인에게 리온이 말을 건넸다. 나인은 할 일을 찾는 리온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