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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랑이 담겨서 그런 거예요.”

“소금을 좀 더 넣으면 좋을지도.”

 

달고 맛있다는 말 뒤로, 사랑이 담겨 그렇다는 나인의 말과 소금을 찾는 리온의 말이 완벽하게 맞물렸다. 리온이 당황한 얼굴을 했고, 나인은 빙그레 웃었다. 나인은 다정한 말로 소금을 넣어보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각조각 썰어 놓았던 수박을 포크로 가볍게 찔러 제 입 앞으로 가져왔다.

 

“그럼 다시 한 번 먹어 볼까요?”

 

나인이 수박을 가볍게 입에 물어 포크를 빼내었다. 고개를 리온에게로 가까이 했을 때 리온은 피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인이 장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싫다고 말할 이유도 마음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랬다. 입 맞추기 위해 다가서는 나인을 밀어 낼 마음도, 까닭도 리온에게는 없는 것이다. 나인의 두 팔을 양 손으로 쥐어 잡고서 입을 맞추고, 단 과육을 뽐내는 것을 받아 내었다. 두 사람의 목구멍으로 수박이 넘어 갔는데도 좀처럼 얼굴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새 다시 불이 붙었는지 나인이 리온에게 바짝 다가섰을 때였다.

 

“아아― 이게 날씨냐고요오. 심하다. 너어무 심하다!”

“덥다는 말 좀 그만해, 물방개!”

“더운 걸 어떡해? 앞으로도 이 날씨를 견뎌야 한다니 내가 너무 불쌍해.”

 

멀리서 하나둘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떨어졌다. 손등으로 빠르게 제 입술을 훔쳤다. 나인과 리온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해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다시 물에 손을 깨끗하게 씻고 리온은 얼음을 가는 일로, 나인은 간 얼음 위에 올릴 과일은 한쪽에 두고 남은 과일들을 믹서기에 가는 일로 돌아갔다. 깊이가 있는 판에 넣고 막대를 넣어 얼리면 시원한 과일 아이스가 될 것이다.

 

“아, 오늘은 무슨, 어? 대장님! 부대장님! 일찍이시네요! 대장님이 앞치마 두른 거 오랜만이예요! 뭐 만드세요?”

“으와아. X34-S23―― 일, 자알―― 하나요오?”

“어어? 뭐야?”

 

주방에 선 두 사람에게로 대원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더위에 밥이고 뭐고 입맛이 없을 대원들을 위해 한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얼음 간식을 준비하는 나인과 리온의 손길이 바빠졌다. 대장님을 방해 하면 안 된다는 바론의 성화에 대원들이 금방 식탁에 도란도란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대장님을 피곤하게 만들었다며 잔소리를 해댔던 바론도, 네가 대장님을 귀찮게 하고 있다는 건 모르냐며 대원들의 손에 이끌려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잔뜩 신이 난 대원들을 보며 열심히 손을 움직이던 나인과 리온이 서로를 흘긋 쳐다보며 웃었다. 기분 좋게 남아 있는 입술 위의 열기가 입안을 맴돌다 가슴으로 스며들어 간질거렸기 때문이었다. 모두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여름이 즐거운 토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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