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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그 꽃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놈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다급하게 달려와 전한 부하의 말에 베논의 눈이 빛났다.

 

'오늘이야 말로 잡는다.'

 

베논은 누구보다 빠르게 포도청을 나섰다. 위치는 이미 전해 들었고 지시는 모두 내렸다. 부하들에게도 잡으라고 시켜 두었으나 반드시 제 손으로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베논이 잡고자 하는 것은 '동위’ 라는 이름의 의적이었다. 아니, 의적이 아니라 도적이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의적이라며 인기가 나랏님 저리 가라 할 정도인 존재였으나 베논에게는 그저 남의 것을 훔치는 도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놈을 여간 잡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날쌘 움직임은 물론 나라에서 인정받은 난다긴다하는 무사들도 손을 못 쓰는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이 잡아야 한다고 여겼다. 이 나라 최고의 무사로써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것이 베논의 목표였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였으나 형님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베논의 형님이자 현재 가문을 이끄는 옐킨은 야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이 나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도 희생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옐킨은 동생인 베논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그 도적을 잡음으로써 가문의 위상을 높여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것 쯤은 베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베논은 ‘동위’를 잡는데 있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

 

놈이 나타났다는 위치로 베논은 빠르게 움직였다.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인파 사이를 지나 경고장이 떨어졌다는 곳 부근으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장소는 양반집들이 즐비해 있는 곳이었다. 

베논이 인상을 쓰며 위치를 파악하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비명소리에 베논의 눈은 어느새 먹이감을 쫓는 맹수의 눈으로 바뀌었다. 소리의 근원지로 재빨리 달려 갔을 때 이미 그곳의 난장판이었다. 그곳의 집주인인 귀족이 울며 뛰쳐 나와선 베논에게 우는 소리를 했다.

 

“그 놈이 나타났네!! 또 그 놈이야!”

 

무능력하게 우는 소리를 내는 양반을 보며 알 수 없는 환멸감을 느꼈다. 이 자는 백성들을 뜯어먹는 자로 ‘동위’의 표적이 될 만한 아주 좋은 존재였다. 내심 ‘동위’에 행동이 마냥 그르지 만은 않는다고 생각하는 베논이기에 대꾸하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보이는 눈이 많은 것은 물론 그런 행동은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기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베논은 속에서 들끓는 반발심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다소 냉랭하게 대답이 나간 듯했으나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듯하여 베논도 그만 관심을 거두었다. 지금의 베논에게 있어 유일한 관심사는 오직 ‘동위’ 뿐이었다. 베논은 살짝 목례를 하고는 대문을 나왔다.

 

‘어디로 도망간거지.’

 

베논의 눈이 달빛에 비춰 반짝였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뒤 어디로 도망갔을지 머리를 굴려 계산하며 늘어선 기와 지붕들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손이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놈은 반드시 나타난다라는 확신을 새기며 발걸음 한 발 내딛는 순간이었다.

 

“놈이다!”

 

소리와 함께 베논의 시야도 바빠졌다. 밤이었지만 유난히 시선을 검은색 복장을 한 자가 지붕을 뛰어다니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베논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눈만큼은 ‘동위’를 놓치지 않았다.

살짝 시선을 돌린 도적의 눈과 베논의 눈이 마주쳤다. 무서운 눈을 한 베논에 위협을 느꼈는지 도적 역시 좀 더 빠른 속도로 지붕 위를 달려갔다. 하지만 지붕 위를 날라 다니는 도적을 쫓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베논이 아무리 달려도 표적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놓치겠군.’

베논은 살짝 인상을 쓰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갖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내 장전한 뒤 점점 멀어져 가는 목표물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주변의 바람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냈다. 호흡을 멈추고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베논의 손에서 나간 활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팍-

활은 목표물을 정확히 맞췄고 그와 동시에 지붕 위를 내달리던 인영이 흔들리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분명 저 밑에 떨어졌을 것이다.’

베논은 확신에 확신을 거듭하며 눈으로 새겨 두었던 위치로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하지만 베논이 부리나케 달려간 그 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사람은 커녕 어딘가로 이어져 있을 법한 핏자국도 존재하지 않았다. 베논은 주먹을 꽉 쥐며 말없이 인상을 썼다. 오늘 밤도 결국 놓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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