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ientalism
Collaboration
"저하, 주상전하께서, "
" 들라 해. "
아우릭의 말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든 아우릭은 제게로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분명 이번 장원급제자면 남자여야 할 텐데. 설마하니 우리 부왕께서 여자도 과거를 응시할 수 있게 하라는 파격적인 명을 내리쳤을 리는 없을 테고.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스승을, 그것도 남장한 이를 보냈다라.
' 서자인 네가 아무런 뒷배도 없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느냐? 두고 보아라. 네놈이 아무리 혼례를 피하겠다 이리저리 수 써봐도 결국엔 네놈 스스로 혼례를 청하러 내게 오게 될 테니. '
오호라.... 그래, 이렇게 나오신단 말이지. 재밌네.
고개를 조아리고 서 있는 이를 응시하던 아우릭은 이내 턱을 괴고는 제 앞에 있는 이를 향해 몸을 가까이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비틀며 싱긋 웃어보였다.
" 그대가 내 새로운 스승이 될 사람이야? "
" ... 예. 그러하옵니다. 오늘부로 세자저하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
" 흐응- 그래? 근데 이를 어쩌지. 나는 그대에게 교육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말이야."
아우릭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히 담겨 반짝거렸다. 하지만 정작 그의 앞에 선 이는 아우릭의 그러한 태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있을 뿐이었다.
"흠..."
시간이 지나도 묵묵부답인 상대에 아우릭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피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 했다.
"스승으로 온 사람이 제자가 될 이가 교육을 거부하는데 왜 그런 반응이지? 내 말을 따를 거면 지금 이곳을 나가 전하께 고하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고갤 들고 내가 그대의 교육을 듣도록 설득해봐."
"......"
"지금 그대도 나를 무시하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왜 답이 없지?"
답을 재촉하는 어투에 그제서야 상대의 고개가 들렸다. 그를 보며 아우릭은 비릿하게 웃었다. 우리 부왕께서 내게 붙이려는 이라면 그 능력이 꽤 대단한 이겠지. 그러니 어디 네가 어찌 나올지 볼까. 둘 중 어느 쪽도 온전한 답은 아닌 선택지인데 너라면 어느 쪽을 고르려나.
"저하께서 싫으시다면 제가 어찌 저하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무릇 스승이란 제자가 될 이의 인정을 받아야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대답에 아우릭의 시선이 한순간 싸하게 식었다.
너도 별 볼 일 없겠구나. 시도도 안 해보고 바로 꽁지를 내리는 걸 보면 적어도 널 보낸 부왕께 애원하는 길이 더 나을 거라 단순히 판단한 건가. 그렇지만 이대로 보내긴 아쉬우니 좀 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