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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壬申)년 계묘(癸卯)월 임오(壬午)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갑니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봄을 맞이합니다. 따뜻한 대지의 품 안에 잠겨 있던 씨앗들이 점점이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들어 올립니다. 이제부터 마주 할 세상이 그 작은 씨앗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될까요.

신축(辛丑)월의 말일부터 궐내가 황제의 탄신경하일을 준비한다며 소란이어서 그대에게 서신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임인(壬寅)월 말일에는 과거가 있었지요. 서신을 쓰지 못하는 시간동안 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들을 머릿속에 잘 담아두었습니다. 그대에게는 무엇이든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과거 시험이 끝나고 통을 얻은 자들에게 홍패를 나누어주었지요. 어쩐지 황실 관원들의 수군덕거림으로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홍패를 받아 물러나는 이들을 하나하나 볼 겨를 없이 식순이 끝났습니다. 홍패를 하사 하는 것은 다른 대신들의 할 일이고, 과인은 앉아만 있었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여느 때보다는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하도 정신없이 식이 진행 되고, 크고 작은 입말을 들으니 오히려 붕 떠버린 기분이었지요. 후에 있을 문관, 무관과의 접견식이 끝나면 내의원에게 약을 조금 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접견식은 가장 높은 등급으로 과거 시험에 통을 얻은 이 한 사람씩만 만나 보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인지 궁금하지만 여전히 내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대입니다. 만일 그대가 가문의 불운 없이 잘 자라 시험을 치렀다면 통은 물론이요,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겠지요. 멋들어지게 복식을 차려입은 그대가 가슴을 펴고 당당한 모습으로 과인과 만났을 거라 생각하면 과인의 마음에 자르르하게 피가 도는 것만 같습니다.

기쁩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으로 과인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미치광이 황제처럼 보일까 하면서도 그대를 향한 이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대가 과인을 떠난 지 정확히 일 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내 지난 번 서신에 적었던 말들을 오랫동안 곱씹었습니다. 가슴을 간질이는 말들을 언젠가 그대에게 꼭 소리 내어 말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대는 내게 어떠한 답변을 해 줄까요. 그것이 무척 궁금하여 떨리면서도 두려워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말해야 하겠지요. 언젠가는 전해야겠지요. 내 그대를,

 

그대를, 연모하노라.

 

그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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